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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진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2년에 똑딱이 디카를 사면서부터였다. 예전부터 집에서 나돌던 필름 자동카메라가 있었지만, 기념사진이나 여행을 떠날 때만 활용하였고 평소에는 장농 속에 처 박혀 있었다. 하지만 디카를 만나면서 필름, 현상으로 인한 비용이 들지 않았기에 부담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전혀 찍어볼 일이 없었던 사람이 담기지 않은 텅빈 거리, 별 볼일 없는 쓰레기통, 심지어는 죽은 벌레까지...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메모리에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이상 야릇한 감성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똑딱이 디카를 사용할 무렵에도 이미 DSLR은 발매가 되어있었다. 나보다 먼저 사진을 시작한 친구녀석은 항상 나에게 말했다.

"이제 DSLR로 가야지?" 

똑딱이를 1년 정도 사용하고 나는 하이엔드를 구입했다. 수동기능이 지원되어 똑딱이로 못했던 물방울 접사도 촬영해보고 야경의 장노출 사진도 촬영해보았다. 똑딱이보다는 훨씬 퀄리티도 뛰어나고 여러가지로 사진을 더욱 즐겁게 하는 요소가 있었지만 하이엔드 카메라는 결코 DSLR을 뛰어넘을 수 없는 화질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2004년에 중고로 DSLR을 구입하였다. 와이프에게 내년에 태어날 첫째아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며칠을 세뇌시켰다. 나와 같은 말로 DSLR카메라를 구입한 남편들..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DSLR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뛰어난 선예도와 노이즈 억제력.. 똑딱이에서는 용 써도 되지 않던 아웃포커싱까지~ 나는 세달에 한번씩 짬을 내어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가들에게 잘 알려진 명소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각종 콘테스트에서도 종종 입상을 하기도 했다.
 
꾸준히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회사내에 산악회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한달에 한번 회사로부터 약간의 지원을 받아 인당 1만원의 적은 비용으로 전국의 명산을 산행하는 동호회였다. 사진이 좋아 산악회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한달에 한번씩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첫 산행은 너무 힘들었다..

산악회 회원들은 10년이상 전문가 수준의 산악인들이었다. 무거운 카메라가방을 매고 전문가들을 따라가기엔 너무 체력이 딸렸다. 첫 산행이 시작되어 몇분도 안되어 녹초가 되어버린 나는 사진을 찍을 힘도 없었지만 카메라를 놓치지 않고 산의 풍경들을 꾸준히 담았다. 하지만 주가변동 그래프마냥 오르락 내리락하는 산행은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왜 이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다. 그래도 회원들은 나를 챙겨주면서 같이 동반을 해 주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나보다도 어린 여성회원들도 꿋꿋이 참고 산행을 하였기에 차마 그럴수는 없었다. "사나이가 존심이 있지.." 첫 산행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보폭을 좁게 걷는 방법이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말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라~!"

문득 산에 관한 불멸의 명언이 생각났다. "당신은 왜 위험한 산에 오르는겁니까?"  이 질문에 유명한 산악인 조지 말로리는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른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어떤 누구는 " 어짜피 죽을 것을 왜 사냐?" 하고 반문을 한다. 정말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반문이다.

그렇게 힘들었던 첫 산행... 갑자기 하늘이 보이고 내 눈 앞에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 드디어 정상이다.." 내 두 다리는 힘이 풀려서 가늘게 떨고 있었지만 꾹 참고 조금 더 힘을 내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내 눈 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 멋진 정상의 풍경... 그리고 터질듯한 성취감.. 나는 소리를 질렀다. "정상이다~~~" 같이 동반했던 회사동료들이 같이 기뻐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정상주를 마셨다. 몇 분전까지만 해도 두다리가 개다리 떨 듯 했지만 나는 동료들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었고 멋진 산의 풍경들을 찍기 시작했다. 이런 맛에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구나.. 등산도 운동에 속하지만 다른 운동과는 차별화 된 매력이 있는것 같다. 산은 신선한 공기와 상쾌함을 주며 자연스럽게 유산소운동을 할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정신까지 맑게 해 준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자니 왠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작아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정상에 서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래에 있다는 생각에 야듯한 성취감도 생겼다. 그래서 CEO들은 산을 오르는 것일까?  등산은 자신과의 싸움이고, 정복하기 위한 노력인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삶을 위해 나는 계속해서 산을 오르고 정복 할 것이다...
    


2007년 4월 화왕산...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을 놓쳤다. 하지만 아직 후미가 남아있고 하행길이였기에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바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맑은 햇살을 받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즐거운 산행.. 기억에 남는 사진..




2007년 11월 순창 강천산... 11월 초 단풍이 아주 아름다웠던 강천산을 잊을 수가 없다. 늦가을의 산은 일년 중 가장 화려함을 나타낸다. 울긋불긋한 한복을 차려입은 듯한 산의 색깔...




2009년 7월 삼척 응봉산 덕풍계곡...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특이한 물색깔은 처음 보았다. 낙엽이 물에 분해된 영향 & 폐광에 유수 때문이라고 한다. 중앙의 특이한 형상도 인상적이다.




2010년 2월 계룡산... 커다란 바위를 버팀목들이 받쳐들고 있다. 얼마나 오랜세월을 버텨주고 있었을까? 그 세월동안 바위와 나무는 하나가 되어 바위 속에서도 나무가 자라고 있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법한 바위...




2010년 3월말 설악산... 꽃 피는 춘삼월에 속초로 출장을 다녀왔다. 대명리조트에서 숙박을 하였는데 갑자기 때 아닌 폭설이 내려서 잠시 짬을 내어 설경을 찍으러 리조트 인근 하류로 내려가 보았다. 저수지와 어울어진 설경이 눈 앞에 펼쳐져 뜻 밖의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2010년 4월 거제도 망산...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온 거제도.. 일출을 찍으려고 망산에 올랐지만 이미 해가 뜨고 있었다. 주변의 나뭇가지들 때문에 해는 찍지 못했지만 아침햇살을 받은 이끼 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따뜻함이 전해져서 더욱 느낌있는 사진이다.


사진을 시작하고 블로그를 하게되면서 DSLR전용 프린터가 생겼다. 누군가 말 했다.
"사진은 뽑아야 사진이다."
이제 하드에 차곡차곡 쌓아둔 작품들을 뽑을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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